당신의 현재 위치는:슬롯 리스핀 게임 > 오락
[논&설] 간판 바꿔다는 지방국립대, '인서울' 해소없인 백약이 무효일뿐
슬롯 리스핀 게임2024-03-28 22:03:19【오락】7사람들이 이미 둘러서서 구경했습니다.
소개김재현 기자기자 페이지미국 일리노이대(UIUC)의 본교 캠퍼스 전경(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인구 3억3천명의 미국에는 큰 동네마다 대학이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인구 3억3천명의 미국에는 큰 동네마다 대학이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학위를 주는 대학은 2021년 현재 2년제 1천249개를 포함, 3천931개로 4천개에 이른다. 학위 없는 졸업장을 주는 교육기관을 합치면 그 수가 7천개가량이 된다. 이들 수치도 2010년대 초반에 비해 10%나 감소한 것이다. 경제가 갈수록 좋아지니 대학 갈 필요가 없어서 생긴 현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학이 사라지기 때문에 학교 이름을 알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주립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각 주에는 한국의 지방거점국립대, 속칭 '지거국' 개념의 플래그십(flagship) 주립대가 있지만 주요 도시별로 지방캠퍼스가 따로 있는 데다 다른 주립대와 교명이 엇비슷해 홍보에 애를 먹는다. 그래서 교명에서 주 이름을 빼거나 아예 바꾸는 일이 잦다. 학교 소재 도시를 내세워 약칭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공대로 유명한 일리노이대 본캠퍼스는 1977년 교명에 도시명(어배너-섐페인)을 넣은 UIUC로 바꿨다.
명문 주립대학 간 수식어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최초 공립대' 타이틀을 둘러싼 조지아대(UGA),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윌리엄메리대 간 해묵은 논란은 유명하다. UGA는 주정부의 인가 연도(1785년)를, UNC는 첫 학부생 졸업 연도(1798년)를, 윌리엄메리는 학교 설립 연도(1693년)를 '최초'의 근거로 내세운다. '최초'를 두고 이들 대학은 나름의 논리로 서로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기도 한다. 조지아대는 공립 인가를 받아놓고 학생 선발을 미룬 것이, UNC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미리 공립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윌리엄메리는 하버드대(1636년 설립)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지만 설립 당시는 영국 선교사 제임스 블레어가 세운 사립대였다. 윌리엄메리는 미국 독립으로 영국 왕실의 재정 지원이 끊기고 남북전쟁으로 재정난에 빠져 정상적 학교 운영이 어렵게 되자 1906년 버지니아주의 공립대 시스템에 들어갔다.
미국과 달리 대학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선 공립대가 교명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교명 변경은 2년제가 4년제로 승격되거나 현재 방송통신대처럼 입학 과정에 특별한 요건을 두지 않았던 '개방대학'이 일반 대학으로 바뀌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에 한했다. 수도 서울에선 서울시립대와 서울과학기술대가 이에 해당한다. 일제 때 경성공립농업학교로 출발한 서울시립대는 한국전쟁 후 4년제 서울농업대로 승격된 뒤 잠시 서울산업대를 거쳐 1981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노년층에선 '서울농대'로 부르는 이가 더러 있다. 서울과기대는 과거 서울 지역 개방대를 대표했다. 경기공업개방대를 거쳐 시립대가 반납한 서울산업대를 교명으로 쓰다가 2010년대 일반대로 개편되면서 지금의 간판을 달았다.
교육부가 교명에 '국립'을 넣게 해달라는 비수도권 13개 국립대의 청을 다 들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립대' 석 자를 넣으면 인지도가 올라 신입생 유치와 졸업생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0년대만 해도 서울 중상위권 레벨이었던 경북대와 부산대마저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면서 우수학생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아무리 학교 간판을 바꿔 달고 장학금을 두둑하게 준다 한들 '인서울'이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꺾이지 않는 한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
저출산 여파로 지방 소도시의 국공립대는 물론 상당수 사립대는 이미 자체 발전 기반을 잃은 상태다. 교육부의 온정주의 정책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타오는 혈세 덕분에 겨우 연명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부단한 생존 노력을 펼치는 미국 공립대들이 한국의 이런 현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욕 먹을 각오로 뛴다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방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하는 근본 처방을 내놓길 기대한다.
jahn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3/04/11 15:13 송고
대박입니다!(9439)
관련 기사
- 엘리자베스 2세와 6·25전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 “의대 정원, 미국·일본·대만 참고해 10년 동안 1004명씩 늘리자” 의료계 중재안 나왔다
- 간호사 사직 이유는…‘업무 과다‧부적응’ ‘일가정 양립 어려움’
- 우크라전 '직격탄' 맞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獨, '잃어버린 10년' 위기
- '환승연애' 논란 한소희 또…'처음처럼' 광고모델도 재계약 잇단 불발
- 안정 속 변화 택한 흥국화재, 보험전문가 '송윤상 체제' 과제는?
- 공기질 최악 100대 도시 99곳 아시아...가장 깨끗한 곳은?
- 이재명 불출석, 대장동 재판 결국 연기…法 “강제소환 검토”
-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미국이 꺼리는 진짜 이유는[워싱턴 리포트]
- 한국 남성들 ‘띠동갑’ 외국 여성과 국제결혼 늘었다
인기 기사
역장추천
우정 링크
- 통화량 8개월 연속 증가…금전신탁·MMF 등에 자금 유입
- 시민단체, 3·15의거 64주년 맞아 "이승만기념관 반대"
- 러 '우주 핵무기' 논란 가운데 푸틴 우주 원전 건설이 최우선 과제
- 삼성물산 주총서 '행동주의 펀드 배당 확대안' 부결…77%가 반대(종합)
- [수도권 1호선 연장 연천역 관광팁] 시티투어버스로 연천 명소 골라간다
- 대한펜싱협회, 정헌율 익산시장에 공로패 수여
- 尹대통령, '필리핀의 슈바이처' 故박병출 원장 등에 국민훈장
- ‘단톡방 강퇴, 안되나요?’…이젠 됩니다, 카톡 업데이트
- 與, 조수연·장예찬도 고심...李 집에서 쉬라 논란
- ‘인플레이션 과소 평가했나’ 엔비디아도, 비트코인도 털썩…다우존스 0.35%↓[데일리국제금융시장]
- 트럼프 재집권시 나토 지원 축소·우크라 종전협상 검토
- 북러 군사협력 한일에 직접 위협...다자적 대응 필요
- 스위프트는 바이든 비밀요원…美 5명 중 1명, 음모론 믿는다
- 日경제 세계 4위로 추락…韓 성장률은 25년만에 일본에 밀려
- '침체 국면' 빠진 日경제…2개 분기 연속 역성장
- 미 워싱턴D.C. 전시된 헌법에 빨간 가루 ‘테러’…기후활동가 시위
- 日 지난해 GDP, 독일에 밀려 4위로 추락…성장률은 25년만 韓 앞서(종합)
- “北 미사일개발 핵전략 뒷받침, 美대선 후 입지강화 포석”
- 푸틴의 선택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러시아에 낫다
- 3수끝 인니 대선승리 유력 프라보워…‘조코위 왕조’ 현실화
- 미 정부 “미국도 나토 수혜자”…‘러 침략 권고’ 트럼프 발언 반박
- 러, 인공위성 파괴 우주 핵무기 개발 중…美 정계에 파장
- 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투자은행들 잇달아 목표가 상향
- 중국화 빨라지더니…국제학교에 현지인 뿐
- 아마존 제친 엔비디아… 기술 혁신 위력 보였다
- 홍콩서 떠나는 외국인…국제학교 30%, 외국학생 지원 급감 전망